본문 바로가기
읽고, 쓰고, 기록하고/E-book

[책] 황보름, 어서 오세요, 휴남동 서점입니다

by 책읽는mm 2022. 3. 28.
반응형

이 책은 '아- 소장해야겠다.'
이 한 문장으로 소감을 끝내고 싶다. ^^;
음 그러니까, 2022년 읽은 소설 중에서 내 마음 속 1등...★
(2022년은 이제 3월이 끝나가고, 4월 시작 전인데..?? ^^;;)

소설을 좋아하는 사람들이라면, 책을 좋아하는 책 덕후라면, 꼭 소장하고 싶을 책이다.

읽는 동안 '내가 꿈꾸던 삶이야, 내가 원했던 삶이야, 나 이렇게 살고 싶었어, 나도 해보고 싶어!',
'너무 부럽다', '그러나 마냥 부럽기만 할 수는 없겠구나', '그래도 독립 서점들의 현실을 적절하게 잘 섞었구나',
'터무니없이 긍정적이지 않네', '좋은 것만 이야기하고 있지는 않구나', '그래서 더 매력적이네!'
라고 느끼며 읽은 소설이다.

이런 소설을 만나면 진짜 한 문장 한 문장 읽어 내려가는게 아깝다 ㅠ_ㅠ
책이 끝나가는게 아쉬워서 조금 더 붙잡고 있고 싶어서 빠르게 읽을 수 있는 소설인데도 오래 끌어 안고 있었다.

자칫 감성적으로만 흐를 수 있는 소재와 주제를 매력적인 소설로 느끼게 해준 점이 무엇일까 생각해봤다.

1. 실제 현실에 존재하는 작가와 책 이야기가 등장해서 더욱 현실감 있게 느껴졌고 무엇보다 책 내용을 적절하게 잘 인용했다.
2. 억지스러운 감동을 쥐어짜지 않았다. 진짜 문장이 유연한데 담백하고, 또 깊다.
3. 독립서점을 운영하면 낭만적일 거야! 라는 환상을 심어주지 않는다.
4. 독립서점을 운영할 때 생기는 고충, 수익을 내야하는 사업이라는 점에서 어떻게 서점을 오래 경영할 수 있을지 고민하고 답을 찾아가는 과정을 솔직하게 이야기 하고 있다.
5. 주인공과 주변 등장인물들의 다양한 사연의 조화가 지루하지 않다.
6. 책과 커피 이야기가 중심을 이루기 때문에 둘다 좋아하는 내 취향에 딱 맞았다.
7. "세상 모든 것과 마찬가지로 독서에도 타이밍이란 것이 존재하니까."라는 이 소설 속 문장 처럼 이 책과 내가 만나게 된 타이밍이 잘 맞았다.

종이책 표지는 정말 예쁘던데, 밀리의 서재 표지가..-_- (브런치에서 엄청난 인기를 끌고 종이책으로 출간한 것이라고 한다!)


'불편한 편의점'이 베스트셀러로 오래 자리 잡고 있었고, 그 다음으로 이 책이 연달아서 베스트셀러에 올라왔을 때 조금은 의심했다. 음 이 책도 비슷하겠구나. 소소한 감동을 주는 이야기는 분명할테고, 비슷한 구성, 예측 가능한 결말의 소설이겠지 싶었다.

이렇게 의심과 추측은 위험하다.
직접 경험해 보지 않고서는 함부로 이야기 하지 말자고, 편협한 사고는 하지 말자고 이런 것들은 경계하며 살자가 목표인데, 그게 참 어렵다. 무튼 그렇게 난 또 이 책을 읽어보지도 않고 의심했다. 열심히 일하던 직장을 그만두고, 작은 동네에 작은 서점을 차린 주인공 영주.
모든 취준생들이 그러하듯, 대학까지 차근차근 취업을 목표로 쉴틈 없이 달려왔던 민준.
결혼은 안해! 라고 외쳤지만, 열정적인 사랑의 결실로 결혼을 했고, 만족스럽지 않은 결혼생활로 후회만 가득한 지미.
정규직 전환이라는 희망을 품은 채 누구보다 열심히 일했는데, 결국 화병만 남아 명상과 뜨개질에 몰두하는 정서.
벌써부터 사는 게 재미 없고, 건조한 인생. 남은 날은 어떻게 보내야할지 방황하는 고딩 민철.
좋아하는 일을 열심히 하면 행복할 것이라고 믿었지만, 결국 좋아하는 일과는 멀어지고, 글을 쓰며 이중 생활을 하는 승우.

휴남동 서점에는 우리 주변의 인물들이 등장한다.
모두 각자의 자리에서 열심히 살아가는 인물들인데 어느 한 구석이 불편하다.
삶을 지나온 자리에 상처가 하나 씩 있다. 서점 주인 영주는 자신의 상처를 회복하기 위해 먼저 자신을 괴롭혔던 일에서 벗어나, 서점을 차렸다.
어린 시절부터 가장 좋아했던 책 읽기를 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들었다.
휴남동 서점은 그렇게 만들어졌고, 영주는 서점을 통해 휴남동 주민들과 손님들과 교류한다.
소소한 이벤트, 북클럽 운영, 작가와의 만남, 글쓰기 특강 등 작은 서점에서 일어나는 사건(?)들이
장면 하나하나 따뜻하게 느껴졌다. 마음이 토닥토닥 위로 받은 느낌이었다.

밀리의 서재는 책 속 문장에 밑줄을 그을 수 있는 '하이라이트' 기능이 있다.
나는 이 책 속 98개의 문장에 하이라이트를 했다. (이렇게 많이 한 적은 처음이다!)
그냥 이번 책은 너무 사심이 들어간 서평이다.
그냥 다 좋았다. :)

*얼마 전에 읽었던 에세이 '때론 대충 살고 가끔은 완벽하게 살아'와 결이 같아서 주제 통합적 독서를 한 느낌이었다! 에세이로, 소설로 독립서점을 운영하는 주인공을 만나며 나도 서점 주인을 꿈꿔 본다..^^

휴남동 서점, 밀리의 서재 하이라이트 기능으로 98개의 문장에 밑줄을 그었다. ^^


[기록하고 싶은 소설 속 문장들]

- 한 사람의 꽉 막힌 가슴을 한 번에 뻥 뚫어 줄 책이 이 세상에 있기는 할까. 한 권의 책이 그런 대단한 일을 할 수 있을까.

- 책을 펼쳐 든 독자의 기대에 부응하진 못했더라도, 그 책이 좋은 책이기만 하다면 독자는 그 책을 읽은 경험을 기쁘게 향유하게 되는 걸까.

- 자기 자신에 관해 쓴 책, 세상에 관해 쓴 책, 인간에 관해 쓴 책, 작가의 깊은 이해가 독자의 마음을 건드린다면, 그 건드림이 독자가 삶을 이해하는 데 도움을 준다면, 그게 좋은 책 아닐까.

- 책을 읽는 방법 중 가장 호화로운 방법. 책 속 배경으로 직접 찾아가 그 곳에서 책 읽기. 미국 뉴욕에서, 체코 프라하에서, 독일 베를린에서 그 도시들을 배경으로 한 책을 읽으며 몇 시간이고 보내는 일. 독자에게 이보다 더 낭만적인 책 읽기 방법이 또 있을까.

- 책을 읽는 사람만이 만들어 낼 수 있는 이야기가 휴남동서점에서 흘러 나간다면 사람들도 한 번쯤 책을 펼치려 하지 않을까. 살아가다가 문득 이야기가 필요해지는 시점이 올 때 사람들이 책을 찾을 수 있게끔, 영주는 계속 책을 읽고 책을 소개하고 살고 싶었다.

반응형

댓글